저희 어머니는 젊었을 때부터 물건을 잘 버리지 않으셨어요. 어떤 물건이 고장나면 가지고 있던 다른 물건에서 부품을 바꾸는 것을 보고 아끼고 아끼는 습관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저장강박증”이라네요. 그런 용어는 알지도 못했지만 이게 생각보다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아파트를 쓰레기장처럼 만드는 저장강박증 치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저장강박증이란?
예전에 TV프로그램에 자신의 엄마가 저장강박증이 심해 도저히 같이 살 수 없어서 집을 나온 아들이 사연을 보낸 경우가 있었습니다. 집을 완전 쓰레기장으로 만들어서 무슨 물건이든 다 갖다 쟁여 두어 도저히 집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있었습니다. 요리도 해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부엌도 물건을 꽉 찬 상태였고요. 음식을 하지 못하다 보니 무료 급식 같은 곳에서 얻어다 먹는 상황이었습니다. 남편과 아들이 아무리 이야기해도 듣지 않으니 모두 포기한 상태였는데요.
다행히 이 분은 제작자의 설득을 받아들여서 모든 물건을 들어내고 청소를 하였습니다. 지자체 자원봉사자들이 오셔서 그 엄청난 물건들을 들어내었는데요. 덕분에 쓰레기 속에 방치되어 있던 몇 천 만원의 돈 뭉치도 찾을 수 있었어요.
저희 어머니는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고장난 압력밥솥이며 전자렌지 등 안 쓰는 물건을 3~4개 놔두고 나중에 고장나면 쓴다고 하시면서 사람을 참 힘들게 하였습니다.
지금은 숨고의 정리수납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물건을 버리고 나눠주고 해서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의 생각이 바뀐 것도 아니고 저장강박증에 대한 치료를 받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지 또 물건이 채워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장강박증 원인
“저장강박증”은 불안 장애로 인해 반복적으로 강박적인 사고를 하며 그에 따른 강박적인 행동이 특징적인 정신질환입니다. 이러한 강박적 행동을 하는 원인은 자신이 불안하거나 스트레스 받는 상태를 줄이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저장강박증은 ‘강박적 사고’와 ‘강박적 행동’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강박적 사고
불안이나 두려움을 유발하는 반복되는 생각을 말합니다. 이러한 강박적인 사고를 제어하려고 하는 노력들이 오히려 불안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강박적 행동
이러한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어떤 특정 행동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행동 중 하나가 바로 ‘물건 모으기’ 인데요. 이러한 행위가 주변사람에게까지 불편을 초래하고 그 행위가 심각해서 사회적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건을 모으는 행동 뿐 아니라 편집증처럼 손을 계속적으로 씻는다거나, 물건의 순서를 항상 똑같이 배치하기, 특정한 단어나 문장, 숫자를 세는 등이 강박적 행동입니다. 이러한 행동들은 타인이 보기에 쓸 데 없는 행동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자신은 이렇게 하지 않으면 불안과 스트레스가 높아지기 때문에 못하게 할 경우 더욱 불안이나 두려움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저장강박증 치료
미국 뉴햄프셔대 연구팀은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한 사람들이 물건에 심한 집착을 쏟기 쉽다고 합니다. 그래서 전에 인정받고 응원받은 기억을 떠올려주면 자장강박증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니 저희 어머니도 어려서부터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이혼으로 남의 집에 가서 식모처럼 일을 하며 자랐다고 합니다. 11살때 남의 집가서 애기 봐주고 밥 얻어먹고 학교도 제대로 보내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고도 남의 집에 가서 이런저런 일을 해주며 성장하다가 아버지를 만나서 결혼했는데요. 아버지도 과묵한 분이셔서 맘 속으로만 사랑해주지 절대 표현하지를 않으셨습니다. 그런 것들의 서운함이 저희 어머니를 ‘저장강박증’에 살게 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관심과 사랑
지금은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혼자 사시는데 여전히 주변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을 원하시는 것 같습니다. 주변 이웃 분들에게 음식을 해서 나눠주시고 ‘잘 한다’, ‘맛있다’ 라는 말씀을 들으시면서 더 열심히 해서 나눠주시는 것 같습니다. 주변 분들이 어머니의 음식을 인정해주고 칭찬해 주는 것이지요. 이런 것들이 어머니의 저장에 대한 집착을 줄여주는 것 같습니다.
이렇듯 주변 이웃이나 자식과의 관계에서 자신이 충분히 사랑받고 있고, 주변에서 애정을 갖고 지켜봐주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되면 저장강박증은 자연스럽게 사라진다고 합니다. 저도 어머니에게 좀 더 친밀하게 ‘엄마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야겠습니다.
약물치료도 같이 병행하면 좋겠지만 저희 어머니는 약물에 대한 거부감이 너무 심하셔서 그 방법은 잘 통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엄마를 생각하는 자식들이 있다는 마음을 자주 전해주어서 저장강박에 대한 마음을 누그러 뜨려야 할 것 같습니다.